우리 교회의 문화

  어느덧 2019년의 마지막 주일이 되었습니다. 자연적으로 한 해를 정돈하며 새해를 위한 계획들에 마음을 쓰게 됩니다. 이런 것을 정리하는데 도움이 되는 공식이나 툴이 있다면 좋을 겁니다. 저는 카페를 운영하는 일도 해서 그런지, 일반회사에서 사용하는 툴도 관심있게 보게 됩니다. 가정교회 목사님들 중에서도 일반직장을 거쳐 목회를 하는 분들도 있는데, 마침 도움이 되는 글을 올리신 것이 있어 눈여겨보게 되었습니다. 회사에서 사용하는 마케팅 분석 기법에 3C, 4P 분석이란 것이 있다고 합니다. 3C는 C로 시작하는 세 가지, 즉 Consumer (고객), Company (자사), Competitor (경쟁사) 를 살펴보는 것이고, 4P는 P로 시작하는 4가지, 즉 Place (시장), Product (제품), Price (가격), Promotion (판매전략)을 살펴보는 것입니다. 이 중에서 제가 관심 있게 본 항목은 Company(자사)입니다.

  Company(자사)를 교회현실에 대입해 보면, 교회의 현주소를 돌아보는 것이라 할 수 있는데, 교회의 현주소와 관련하여 가장 중요한 것은 문화의 동향을 살펴보는 것입니다. 여기서 문화란 ‘내가 깊이 고려하지 않아도 나도 모르게 (부지불식간에) 나의 생각과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분위기’ 입니다. 어떤 조직이든지 그 조직만의 문화가 있는 것이고 교회도 예외가 아닙니다. 전도하려는 열정으로 가득 찬 교회가 있고, 그렇지 못한 교회가 있습니다. 섬김에 몸을 사리지 않는 교회가 있고, 그 반대인 교회가 있습니다. 이런 모든 것이 그 교회만의 문화입니다. 따라서 교회가 과거를 돌아보고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려면 그 문화의 동향을 살펴보는 것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뭔가 좋은 문화가 사라져 가는 것은 없는지, 예전에 없던 어떤 행동 문화가 새로 생겨나는 것은 없는지, 만약 있다면 그것이 무엇인지 성경적으로 평가하고 그것이 앞으로 교회 사역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생각해 보는 것이 아주 중요한 겁니다.

  그런 면에서 이야기 교회의 문화는 어떤 것인지를 돌아보았습니다. ‘우리 성도들이 깊이 고려하지 않아도 자신도 모르게 (부지불식간에) 자기 생각과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분위기’ 가 무엇일까요? 제가 우려되는 부분은 ‘우리의 규모가 작기에 형성되는 분위기는 없을까’ 하는 겁니다. 우리 교회만이 아니라 어느 단체이든 규모가 작으면 형성될 수 있는 분위기가 있는데, 바로 자신들이 하는 일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스스로의 값어치를 낮게 매기는 겁니다. 지켜야 하는 규칙, 질서, 참여의식, 충성도, 소속감 같은 것을 소홀히 생각하는 겁니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공동체에서는 자신들이 하는 일에 의미를 부여하기 쉽습니다. 그래서 자신들의 공동체에 소속되는 것부터 시작해서 참여도, 충성도, 질서, 규칙 같은 것에 대한 만족률이 높습니다. 그런 이유로, 작은 교회에서는 재정과 인력 면에서 자원이 부족한 것도 문제지만, 교인들 스스로가 갖는 마음의 자세가 이미 힘을 잃고 있다는 것이 더 큰 문제입니다. 이런 마음의 연약함이 교회 문화가 되면 그 교회는 발전하기 어렵습니다.

  우리 교회는 그런 상태에 있지 않습니다. 일단 제 자신이 그렇지 않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우리 교우들도 그런 마음이 아닙니다. 단지 규모만 작을 뿐이지, 때가 되면 펼칠 잠재력을 갖고 있습니다. 교회가 교회로서 존재해야 하는 모습인, 영혼구원과 제자가 되는 것, 지역을 위한 섬김의 자세 그리고 세상을 품은 사랑의 마음이 제대로 뿌리를 내리고 있습니다. 평상시는 잘 드러나지 않다가도 도움이 필요한 분이 생기거나 세례식과 같은 기쁜 일이 생겼을 때 그리고 누군가를 섬겨야 할 때는 정말 진심으로 참여하며 함께 울고 함께 우는 모습이 되는 것이 그 증거입니다. 그것이 우리의 문화입니다. 그래서 내년이 기대됩니다. 작지만 큰 꿈을 꾸고 큰 그림을 그리는 2020년이 될 것 같습니다.

                                                               이 종 수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