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와 기독교 문화

저는 제가 하고 있는 목회사역이 ‘문화’와 동떨어져서 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문화와 동떨어진 복음은 모든 세상 사람을 구원코자 하신다는 하나님의 마음을 제대로 담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세상에 존재했거나 현재 존재하는 나라와 민족마다 각각의 문화가 있는데 특정 문화에만 복음이 유효하고 어떤 문화는 복음에서 제외된다는 것은 비성경적 사고입니다. 그것은 목사만이 아니라 이웃을 사랑하고 영혼을 구원코자 하는 것이 성도의 존재가치이기도 하기에 내 이웃의 문화를 생각하지 않고서는 이 가치를 실행하는 것이 어렵기도 합니다.

현대에 들어와서 복음과 문화의 연관성을 이해하는 폭이 넓어졌기에 교회와 기독교 단체에서는 문화라는 이름이 붙은 사역을 많이 합니다. 문화사역, 문화선교, 기독교 문화운동 등등…. 저 역시도 문화를 반영하는 목회, 그런 교회를 지향한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최근에 한 성도가 ‘목사님이 말씀하시는 기독교 문화라는 것이 무엇인지’에 관해 물었습니다. 머릿속에서는 이야기가 뱅뱅 돌아다니는데 한마디로 답을 하기는 쉽지 않기에 나도 이 기회에 다시 한번 정리해 보자고 생각했습니다.

가장 짧은 답은 ‘문화란 개인과 공동체가 살아가는 삶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의 이런 표현을 요즘 제가 읽고 있는 책인 ‘센터처치’에서 저자인 팀 켈러 목사님은 이렇게 설명합니다. ‘보통 문화는 좁은 의미로 이해된다 (언어, 음악, 미술, 음식, 패션 등) 그러나 문화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그것이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모든 측면을 포괄함을 알 수 있다. 그러면서 세상의 모든 측면을 설명하기 위해 ‘문화가 양파를 닮았다’라는 한 선교사님의 얘기를 인용합니다. ‘문화의 가장 안쪽에는 세계관이 들어 있다. 그것은 세상과 우주, 인간 본성에 대한 표준적인 신념들의 집합이다. 그 바깥쪽에는 무엇이 선하고 참되며 아름다운가에 대한 평가 기준이 있다. 세 번째 층은 이러한 가치관과 세계관에 근거한 사법적 판단 및 교육제도, 가족생활, 지배 구조 등과 같은 인간 제도의 집합이다. 끝으로 표면에는 가장 관찰하기 쉬운 문화적 요소가 있다. 곧 사람들의 관습과 행동, 구체화된 제품, 건축된 환경 같은 것이다.’

요점은 우리가 말하는 문화라는 개념에는 표면에 있어 눈에 잘 뜨이는 요소인 식습관, 의복, 언어, 예술, 종교, 사회 규범만을 떠올리는데 사실은 그 속 껍질 속에 있는 사람들의 생각, 믿음, 행동 방식, 가치관까지도 포함한다는 것을 놓쳐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팀 켈러 목사님은 이것을 알아야 하는 이유를 ‘우리가 누군가를 복음으로 만날 때는 그의 행위를 변화시키는 것만이 아니라 세계관까지도 그 변화에 포함시켜야 한다. 의사결정의 방법과 감정의 표현법, 무엇이 공과 사를 구분하는지. 어떻게 개인이 집단과 관계하는지, 사회 권력은 어떻게 사용되는지, 성별이나 세대, 계층, 인종 간에 어떤 식으로 관계가 맺어지는지 등이 문화에 의해 결정된다고 봐야 하기 때문이다.’라고 합니다.

그래서 기독교 문화가 단순히 서양에서 기독교 국가로 불렸던 나라들의 문화를 차용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의 크리스천인 우리가 삶의 모든 부분을 성경적 가치와 원리로 바꾸어가는 삶을 살면서 개인의 삶과 공동체 안에 복음이 적용되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고 봐야 합니다. 출발은 눈에 보이는 표면이 아니라, 가장 안쪽에 있는 세계관에서부터, 점차 선과 악에 가치평가의 기준들, 인간 제도의 관습과 기준들로 나아가야 하며 이것에서의 변화가 식습관, 패션, 언어, 건축, 예술의 변화로 열매를 맺도록 하는 겁니다. 다시 말해 기독교 문화는 눈에 보이는 한 두 가지의 형태가 아니라, 이 시대의 풍조를 따르지 않고 마음의 변화를 받아 우리 각자가 복음의 원리를 따라 사는 매 순간의 삶에서 쌓여 가는 것입니다. 교회가 그 삶을 제시하고 토론하며 훈련하고 기도하며 격려하고 축복해주는 터전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 종 수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