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자녀에게 해 줄 최고의 것

이제 우리 딸도 대학교를 졸업하는 나이가 될 정도로 자랐습니다. 부모의 눈으로 보면 아직 아이인 것 같은데 독립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다고 법적으로 인정되는 인격체가 된 것입니다. 그래서 품 안의 자식이란 말이 있듯이 이제는 언제고 부모의 곁을 떠나도 무방하게 되었습니다. 언젠가는 그럴 날이 올 것으로 생각하니 딸을 어떻게 키웠던가 하는 생각을 해 볼 때가 있습니다. ‘아이가 독립적 인격체로 자신과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잘 하며 이 사회에 필요하며 도움이 되는 존재로 행복하게 잘 살아갈 수 있도록 양육을 잘 한 걸까?’ 하는 반성과 되돌아봄의 시간입니다. 이런 성찰의 시간에 도움이 된 내용이 있습니다. 그것은 해리 할로우는 과학자가 한 실험을 바탕으로 한 내용입니다.

우리도 서양문화를 접한 세대이기에 그들의 육아법을 모방하곤 했습니다. 아이를 아기였을 때부터 혼자서 자기 침대에서 지내도록 하려는 것입니다. 잘 안되긴 했지만 부부 따로 아이 따로 잠을 자고 그렇게 키우는 것이 바람직한 육아법이라고 들었기에 그렇게 하려고 애를 썼습니다. 그렇게 하는 것이 아이에게 독립심을 키워줄 수 있다고 기대했기 때문입니다. 아이에게 젖병을 물려주고는 자기 침대에서 혼자 자도록 놔두는 것이 세련되고 교양있는 육아법처럼 보였습니다. 이러한 육아 방침은 2차 대전 이후 미국의 급증하는 워킹맘들에게 폭넓게 환영받았으며 우리나라도 그 영향을 우리 세대 정도부터는 받기 시작했던 겁니다.

그런데 할로우의 실험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입증해 주었습니다. 이 실험은 원숭이를 가지고 한 ‘가짜 어미실험’으로 잘 알려져 있었는데 갓 태어난 원숭이 새끼를 어미로부터 떼어내 각각 젖이 나오게 장치한 철사로 만든 가짜 어미와, 그냥 헝겊으로만 감싼 가짜 어미가 있는 우리에 집어넣어 관찰한 것입니다. 이 실험을 최초로 할 1960년대만 해도 포유류의 새끼들이 어미를 좋아하고 붙어있는 이유는 어미에게서 젖이 나오기 때문이라는 것이 통설이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실험을 통해 이런 상식이 잘못된 것임이 드러났습니다. 어미로부터 격리되어 가짜 어미가 있는 우리에서 함께 지내게 된 어린 원숭이들은 젖이 나오는 철사로 만든 어미가 아니라, 헝겊을 두른 가짜 어미에게 온종일 달라붙어 있었습니다. 배가 고파지면 철사어미에게 가서 젖만 먹고는 곧장 헝겊을 두른 어미에게로 다시 돌아와 달라붙었습니다.

어린 원숭이들은 젖 때문에 어미를 찾는 것이 아니라, 포근하고 따뜻한 품이 그리워 어미를 찾는다는 사실이 증명된 것입니다. 이 실험은 아예 그런 가짜 어미도 없이 격리되어 혼자 양육되었던 경우도 실험했습니다. 격리된 채 다른 원숭이들과 상호작용을 못 하는 조건에서 자란 원숭이들은 감정적인 불안뿐만 아니라 학습과 기억능력에도 현저한 차이를 보였다고 합니다. 해부해 보니 그 원숭이들의 뇌는 쪼그라든 상태였다고 합니다. 이 실험은 어미의 사랑을 못 받고 자란 원숭이가 스스로 어미가 되었을 때는 자기 새끼를 어떻게 대할까로 화장되었습니다. 그 결과 이 원숭이들은 어미의 역할을 전혀 수행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새끼를 학대하기까지 했습니다. 모성애라는 것이 유전자에 의해 저절로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상호작용의 결과라는 것이 밝혀진 것입니다. 나아가 엄마에게서 받은 사랑을 자식에게 물려준다는 평범한 사실이 자연법칙이라는 겁니다.

사람이건 동물이건 뇌가 작동하는 생명체는 사랑을 받아야 사랑을 줄 수 있고, 사랑을 받고 자라야 사랑할 수 있는 능력이 생깁니다. 아기는 엄마의 따뜻하고 포근한 품과 애정, 대화를 통해 인간 사회에서 살아갈 대인관계의 능력과 그것을 바탕으로 한 자신의 성공과 행복을 위한 삶을 펼쳐갈 수 있게 됩니다. 요즘 심심찮게 들려오는 아동학대에 대한 원인을 생각해 보게 하는 내용이기도 하지만, 나는 우리 자녀를 어떻게 양육했나를 돌아보게 하는 내용이어서 더 중요합니다. 예수님의 제일 큰 계명인 ‘사랑’은 부모가 자녀에게 물려주어야 할 가장 중요한 삶의 기초이기도 하기에 더욱 그렇습니다.

이 종 수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