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을 소망한다는 것

 ‘예수 천당’ 이란 말은 과거 한 때 우리나라 신자들의 신앙관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표현이었습니다. ‘예수믿으면 천당간다’라는 말이 맞음에도 불구하고 이 표현은 가난하고 척박한 삶을 벗어나고 싶었던 당시 한국사회의 현실을 반영하고 있는 것 같아 씁쓸함이 남습니다. 그러나 사실 성경이 성도의 미래를 천당이란 소망으로 말하고 있는 것은 현실에서 도피하자는 뜻이 아니라 소망적인 미래가 있기에, 주어진 힘든 현실이 있다면 소망의 영향력으로 극복하라는 뜻입니다.

 소설의 마무리가 낙관적으로 끝난다는 것을 아는 독자는 얽히고설키는 힘든 현실을 지나고 있는 등장인물의 현실의 삶을 절망감으로 보지 않게 됩니다. 오히려 그런 힘든 과정은 주인공의 밝은 미래를 준비하고 이끄는 긍정적인 요소로 봅니다. 미래의 성공을 얻기 위해 치루는 마땅한 대가나, 그 미래를 누리도록 준비되는 성장의 과정으로도 해석합니다. 그러하듯이 성도들에게 천국이란 미래가 있다는 것은, 현실을 아무렇게나 살며 그저 미래가 날 구원해 주길 바라는 현실 도피적인 삶을 살라는 뜻이 아니라 현실이 아무리 힘들어도 성공적인 미래가 보장되어 있으니, 현실의 크고 작은 문제에 휘둘리지 말고 영광된 미래를 향해 힘있게 나아가라는 겁니다.

 요즘 교회부지 재정을 마련하는 일로 힘이 듭니다. 그런데 그 힘든 과정은 이 땅위에 세워질 앞으로의 사역에 대한 비전과 꿈에 의해 맥을 잃고 맙니다. 덕분에 제 표정도 그렇게 힘들어 보이지 않는지, 저를 만나는 성도와 지인들이 ‘목사님 표정을 봐서는 힘든 과정이 있는 줄 잘 모르겠다’고 합니다. 초반에는 저도 이 과정 자체가 힘들었습니다. 그런데 과정과는 별개로 미래에 대한 소망적인 생각과 앞으로 할 사역들이 지속해서 떠오르는 것과 그런 일을 함께할 것 같은 사람들과 자꾸 연결되는 것을 통해 제가 작정한 생각은 ‘이런 미래가 있으려면 현재의 문제가 해결되어야 하는 것이 먼저일 테니까 현실의 어려움에 매여있지 말자’ 라는 것이었습니다.

 믿음은 결국 보이지 않은 것을 마치 보는 것처럼 기대하며 나아가는 겁니다. 그래서 그 보이지 않던 것이 시간이 흐름에 따라 현실 속에 드러나게 되는 순간을 맞이하게 되는 겁니다. 한편으로는 무모한 것 같기도 하고, 욕심인 것 같기도 하지만 내가 상상한 미래가 아니라 하나님이 심어주신 미래라면, 현실의 불확실성이란 다리를 건너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 불확실성을 사람의 계산법이나 불안감으로 해결하려 한다면, 결국 미래는 현실 속에 갇혀버리고 말 것입니다. 기도는 이 불확실성의 다리를 건너가서 미래의 소망과 연결하는 길입니다. 종종 듣는 주변의 간증은 불확실한 상황이 기도함으로 해결되었다는 겁니다. 기도는 우리에게 미래의 소망을 주신 하나님께, 당신의 계획이 이뤄지시길 동의한다는 싸인이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힘으로 이룰 수 없는 미래, 현실의 능력과 재능으로 만들 수 없는 미래인데 그런 미래가 어느 날 갑자기 우리 안에 비전과 꿈을 자리 잡게 된다면, 그건 내가 만든 것이 아니기에 그 미래를 심어주신 하나님께 기도할 수밖에 없으며 현실의 두려움과 불확실성의 장벽을 넘어가야 하는 겁니다.

 요즘 우리 교우들중에 오랫동안 기도했던 결혼문제 그리고 직장 문제가 응답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옵니다. 주변에 기도의 체험들이 자꾸 일어나면 비슷한 일들이 함께 있는 공동체에 곧 확산될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예정하신 미래가 실제로 존재하며 그것이 주는 은총의 물결이 공동체를 사로잡을 타이밍이기 때문입니다. 2019년의 남은 날들은 어려운 현실이 오히려 미래의 소망을 앞당기는 과정으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합니다.

                                                         이 종 수 목사